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남인순·이수진 의원이 발의한 모자보건법 개정안(만삭·약물 낙태 허용, 건강보험 적용 등)을 심의 안건에서 일단 제외했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에 따라 형법부터 먼저 개정돼야 한다”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태아·여성 보호 국민연합(태여연)'은 “낙태의 원칙과 한계를 규정할 형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자보건법만 개정될 경우, 사실상 무제한 낙태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임신 주수·사유 제한 삭제 △약물 임신중지 허용 △건강보험 적용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제14조 삭제 조항은 태아 생명 보호의 법적 근거를 없앨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의료계와 종교계는 “법적 한계가 사라지면 생명윤리 원칙이 흔들리고 의료현장이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개정안을 찬성하는 측은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한 불가피한 개정”이라며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또한 약물 임신중지(미페프리스톤 등) 도입을 두고도 논쟁이 계속된다. 전문가들은 “약물 복용 후 출혈이나 감염, 불완전 중절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응급 대응 체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화될 경우 오히려 여성의 건강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민사회에서는 “가장 약자인 태아의 생명을 법적으로 죽이는 것을 허용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심각한 문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여성단체 대표는 “‘임신중지’라는 표현은 낙태의 본질적 의미를 희석시키는 교묘한 언어적 포장”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는 주장 역시 태아의 생명과 대립적으로 볼 수 없는 문제이며, 어떤 이유로든 가장 연약한 존재인 태아의 생명을 죽이는 일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호소했다.
한편 조배숙 의원은 지난 7일 형법과 모자보건법을 함께 개정하는 법안을 별도로 발의했다. 법조계는 이번 복지위 결정이 향후 ‘형법 우선 정비 후 세부 집행법 보완’이라는 입법 방향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낙태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태여연은 “생명과 여성의 건강이 함께 보호받는 합리적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국회의 신중하고 책임 있는 논의를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