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9일 KBO가 비공개로 진행한 2025년 2차 드래프트에서는 보호선수 35명을 제외한 각 구단의 소속선수·육성선수·군보류선수·육성군보류선수가 대상으로 총 17명이 지명되며, 시즌 전력 구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고됐다. 1라운드 양도금 4억 원, 2라운드 3억 원, 3라운드 2억 원으로 설정된 지명 구조 속에서 구단들은 로스터 조정과 즉시 전력 보강 사이에서 치열한 계산을 주고받았고, 특히 다수의 베테랑들이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팀을 옮기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가장 큰 관심을 모은 선수는 단연 안치홍이었다. 한화와 최대 6년 72억 원 FA 계약을 체결했던 그는 올 시즌 부진과 활용도 논란 끝에 보호선수에서 제외되며 키움 히어로즈의 1라운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았다. 키움은 양도금 4억 원과 함께 잔여 연봉까지 부담하며 모험성 있는 선택을 했지만, 경험 많은 베테랑 내야수를 통해 젊은 타선의 약점을 보완하겠다는 의중이 뚜렷하게 읽힌다. 한화 입장에서는 사실상 ‘고연봉 정리’에 가까운 선택이었지만, 키움에게는 리스크·보상 양면이 공존하는 대담한 베팅이다.
투수 파트에서도 변화가 이어졌다. 여러 구단을 거치며 선발·불펜을 모두 소화했던 우완 이태양은 KIA 타이거즈의 1라운드 2순위로 낙점되며 새 팀에서 즉시 전력 투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KIA는 올 시즌 내내 불안했던 중·후반기 마운드 안정화를 위해 경험 있는 자원을 찾고 있었고, 이태양은 그 요구에 가장 부합하는 카드였다. 한편 두산 팬들에게 반가운 장면도 있었다. 한때 두산의 핵심 투수였던 이용찬이 2라운드 6순위로 다시 두산 유니폼을 입게 되면서, 잠실 무대 복귀 스토리가 이어지게 됐다. 최근 NC에서의 성적 부진이 발목을 잡았으나, 두산은 익숙한 환경에서 그의 반등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구단별로는 키움이 이번 드래프트에서 무려 네 명을 지명하며 전력 재편의 폭을 가장 넓힌 팀으로 꼽힌다. 젊은 선수들 위주의 로스터에 베테랑 몇 명을 의도적으로 더하면서 ‘저비용·고효율’ 구단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조금 더 균형 있는 라인업을 갖추겠다는 행보로 읽힌다. 반면 한화는 보호선수에서 제외한 중견급 자원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최대 네 명의 선수를 내주는 아픈 결과를 맞았고, 그만큼 내년 시즌의 로스터 구성 폭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한화는 사실상 샐러리캡 조정과 세대교체를 위한 ‘체질 정비’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전력 변화 측면에서 보면 키움은 베테랑의 경험치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KIA는 마운드의 실무형 보강이라는 현실적 선택으로, 두산은 경험 많은 불펜 자원의 복귀를 통해 후반기 운영에 안정감을 확보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반면 한화는 당장 전력 약화라는 단점이 있지만, 고비용 베테랑의 정리로 향후 FA 시장과 트레이드에서 재투자 여력을 확보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회복 가능성이 있다.
이번 드래프트를 두고 “경쟁력 균형 확보보다 구단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도로 변질되고 있다”는 현장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대형 FA 계약 후 활용도가 낮아진 선수들이 보호명단에서 제외돼 대거 이동하는 패턴이 반복되며, 2차 드래프트가 ‘전력 보강’보다는 ‘연봉 정리 플랫폼’으로 작동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꾸준히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지명된 선수들이 2026~2027 시즌 1군 의무 등록 규정에 따라 실제 경기력으로 팀에 어떤 기여를 할지, 그리고 새 팀이 부여한 역할에 얼마만큼 부응할지가 향후 리그 흐름을 가르는 중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025년 2차 드래프트는 단순한 지명 절차를 넘어 베테랑 재편과 구단 재정 구조 조정이라는 복합적 의미를 담아내며 리그의 전력 지형 변화가 본격화되는 출발점이 되고 있다. 특히 이번 이동의 파도가 각 팀의 전략·문화·전력 운영에 어떤 장기적 영향을 남길지, 내년 시즌 KBO의 흐름을 좌우할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