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하원 의원들이 ‘SAVE 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상원 공화당 지도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선거 신뢰 회복을 핵심 의제로 내세워야 한다는 당내 강경 기류가 반영된 움직임이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공화당 하원 지도부는 3월 1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 이후 긴급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의원 전용 전화회의를 열었다. 지도부가 국토안보부(DHS) 관련 예산 문제와 중동 정세 대응 방안을 설명한 뒤, 일부 의원들은 상원이 아직 SAVE 법안을 상정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으며 보다 강경한 대응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스콘신주 출신 데릭 반 오든 하원의원은 회의에서 “이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거나 최소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면 중간선거는 사실상 끝난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텍사스주의 브랜던 길 의원 등도 지지층이 충분히 고무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상원을 압박해 SAVE 법안 표결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법안은 지난달 하원을 통과했다. 공화당 전원이 찬성했고, 민주당에서는 헨리 쿠엘라 의원 1명만 동참했다. 그러나 상원에서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종결하려면 60표가 필요해, 민주당의 거의 전원 반대 기조 속에 통과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부 하원 강경파는 ‘스탠딩 필리버스터’ 등 절차적 방식을 활용해 상원이 사실상 표결을 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상원 다수당 대표인 존 튠 의원은 해당 방식이 상원 의사일정을 과도하게 지연시키고 향후 입법 과정에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회의에서 튠 대표를 비공식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면서도, 같은 당 상원 지도부와 공개적으로 충돌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원과의 전면전은 파장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내부 조율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부 의원은 DHS 예산안과 SAVE 법안을 연계 처리해 상원을 압박하자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러나 존슨 의장과 하원 국토안보위원장 앤드루 가바리노 의원은 대이란 작전 이후 국내 안보 환경이 엄중한 상황에서 DHS 예산을 별도 사안으로 처리해 부처 기능을 정상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SAVE 법안(Safeguarding American Voter Eligibility Act)은 연방 선거에서 투표할 때 유효한 신분증과 미국 시민권 증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공화당은 해당 법안이 선거의 공정성과 신뢰를 강화하는 장치라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특정 유권자층의 참여를 위축시킬 수 있는 ‘유권자 억제’ 시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 신뢰 회복과 투명성 확보라는 중대한 과제를 두고 법안 자체를 차단하는 데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중동 정세 긴장과 국내 안보 현안이 겹친 가운데, 공화당 내부 전략과 상·하원 간 조율 결과는 단순한 당내 이견을 넘어 2026년 중간선거의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선거 신뢰와 유권자 자격 문제를 둘러싼 공방은 향후 미국 정치의 주요 분수령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