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에크는 법이 특정 이익에 기울어져서는 안 된다는 의미에서 법의 지배가 ‘형식적(formal) 법치’일 것을 강조했다. 형식적이라는 의미는 껍데기라는 뜻이 아니라 특정 개인, 정파, 계층 등에 실질적으로 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제임스 뷰캐넌도 같은 맥락에서 규칙은 ‘일반성(generality)’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위 규범일수록 이 요구는 더 필요하다. 그것들은 법(입법 legislation과 구분되는 law)의 평등성이 요구하는 당연한 귀결이다. 비유하자면, 여섯 면이 고른 주사위와 같은 일반성을보장 못한다면 바른 제도로서의 의미가 없다.
경찰이 형소법 체계의 주인이 되게 하려는 황당한 짓을 이재명이 작당하는 이유는 보수층이 모두 눈치챘다고 여겼다가, 과연 그렇게 잘 알고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현재 이재명 사건은 기소중지 상태다. 형소법 개악안은 겉으로는 검찰권 남용 방지라는 핑계를 들지만, 그것은 먼 이유일 뿐이고 이재명 재판과 직결된다. 이 경우 검찰 수사에 절차적 위법이 있었다는 이유로도 공소를 기각할 수 있고, 이재명을 탄압하기 위한 검찰의 기소권 남용으로 판단하여 공소를 기각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하여 여권 측은 법원이 공소를 기각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는 이상 이 제도가 이재명에게 기울어진 것이 아닌 ‘일반적’ 규칙이라고 반론한다. 그러나 이 법이 여권의 의도대로 개악되면 법원의 바른 판단에 따라 이재명의 재판이 진행될 수도 있으므로 꼭 공소가 기각되는 건 아니라고 그대로 믿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법원이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여권의 자신감을 고려하면 공소 기각될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그 공소 기각을 기어코 만들고자 이토록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이다.
그런데 이재명은 이것만으로도 불안하다. 대통령이 재임 전에 저지른 죄마저 재임 중이라는 이유로 재판이 중단된 상태로 지금은 버티지만, ‘임기 후는?’이라는 새로운 편두통이 그를 옥죄고 있다. 놀랍게도 이번에는 국회의장이 해결사로 나타났다. 조정식은 개헌 후 이재명이 그 첫 대통령으로 연임이 가능하다는 천지개벽할 말을 국회의장 입으로 공표했다. 이재명 살리고자 법률과 헌법까지 바꾸어야 하나. 이런 자는 입법부 수장에서 몰아내야 한다.
생존과 전쟁 와중 각국의 치열한 경쟁을 보다 이 나라 정치 놀음과 미디어를 보는 순간 절망한다. 대한민국의 국정 목표는 오로지 한 가지, '이재명 한 몸 감옥에 안 가기'.
이재명, 입법부, 사법부가 이에 몰두 중인 지나치게 평화롭고 불행하고 귀여울 정도로 천박하고 무뇌아적인 나라.
대통령이 되어서도 안 되고 될 수도 없는 자 홀로 횡재해 있는 국가.
공소가 기각되든, 대통령에 연임하든, 지금처럼 그릇된 국정 목표에 몰두하든 그 모두는 어떤 나라의 어떤 국정보다도 열등한 이른바 콘도르세 패자(Condorcet loser). 우리는 그에게서 이런 딜을 요구받는 중이다.
'나의 저급함과 너희 나라를 바꾸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