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대안당(AfD)이 독일 동부 작센안할트주 주의회 선거에서 40%가 넘는 득표율로 압승하며 독일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기후·에너지 정책에서도 기존 독일 정부와 유럽연합(EU)의 노선에 강한 비판을 제기해온 AfD가 크게 약진하면서 관련 정책을 둘러싼 논쟁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치러진 작센안할트주 주의회 선거 잠정 결과에 따르면 AfD는 정당투표에서 43.8%를 얻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2021년 선거 당시 20.8%에서 23.0%포인트 상승하며 5년 만에 득표율이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반면 기독민주당(CDU)은 2021년 37.1%에서 17.2%로 19.9%포인트 급락했다. 두 정당의 득표율 격차는 26.6%포인트에 달했다.
의석에서도 AfD의 약진은 두드러졌다. AfD는 전체 83석 가운데 39석을 확보해 원내 제1당에 올랐다. 단독 과반인 42석에는 3석이 부족했다.
지역구 판도는 더욱 극적으로 뒤집혔다. 2021년 41개 지역구 가운데 40곳을 차지했던 CDU는 이번 선거에서 지역구 의석을 한 곳도 얻지 못했다. 반면 AfD는 41곳 가운데 38곳을 석권했다.
이번 43.8%는 AfD가 독일 주의회 선거에서 기록한 역대 최고 득표율이다.
다만 AfD가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데다 독일의 주요 정당들이 그동안 AfD와의 연정을 거부하는 이른바 ‘방화벽(Brandmauer)’ 원칙을 유지해온 만큼 실제 주정부 구성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이번 선거에서 AfD의 지지 상승을 기후정책 하나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민과 경제, 생활비와 에너지 비용, 우크라이나 지원과 대러시아 정책,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만 등 여러 정치·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AfD가 기존 기후·에너지 정책에 강한 비판을 제기해왔다는 점은 이번 선거 결과와 맞물려 관심을 끈다.
AfD 공동대표 알리체 바이델은 유럽의 기후·에너지 정책을 비판하며 탄소배출권 거래제 폐지와 원전을 포함한 기술중립적 에너지 공급, 시장경제 원칙에 따른 에너지 정책으로의 전환 등을 주장해왔다. 기후정책에 따른 높은 에너지 비용이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 AfD 측의 주장이다.
박석순 이화여대 명예교수(전 국립환경과학원장)는 이번 선거 결과를 미국에서 나타난 기후·에너지 정책의 변화가 유럽으로 확산되는 흐름으로 해석했다.
박 교수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그동안 녹색 기후 사기와 투쟁해왔던 독일 대안당이 이번 선거에서 압승했다”며 “미국에 이어 유럽도 깨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AfD 공동대표 알리체 바이델의 발언을 소개하며 “우리는 기후 위기가 끝났다고 선언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사기다. 산업을 무너뜨리기 위한 완전한 사기극”이라고 전했다. 이어 “다음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유럽 각국에서도 기존 기후·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을 내다봤다.
이와 함께 지난 2월 20일 이탈리아 일간지 ‘라 베리타(La Verità)’와 가진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며 기후위기론에 대한 자신의 견해도 밝혔다.
박 교수는 “기후는 이산화탄소가 아니라 태양, 해류, 구름에 의해 좌우된다”고 주장했다. 또 대기 중 이산화탄소 증가가 식물 성장과 지구 생물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식량 생산 증가에도 기여한다며 CO₂를 중심으로 한 현재의 기후위기론과 기후정책에 문제를 제기했다.
수년간 기후 문제를 집중적으로 공부해왔다는 박 교수는 관련 저서와 역서 6권을 출간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자유환경포럼을 만들고 유튜브 채널 ‘박석순의 환경TV’를 통해 기후·환경 정책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알려오고 있다.
기후위기론에 비판적인 해외 학자들의 견해도 소개했다. MIT 지구·대기·행성과학과 명예교수 리처드 린젠은 CO₂가 기후를 지배적으로 좌우한다는 주장에 대해 “이를 믿는 것은 마술을 믿는 것과 상당히 비슷하다”는 취지로 비판한 바 있다.
프린스턴대 물리학과 명예교수 윌리엄 해퍼 역시 CO₂ 증가에 따른 위험을 강조하는 주류 기후과학의 해석과 넷제로 정책을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
박 교수는 이러한 기후·환경 문제를 과학적 논쟁에만 국한하지 않고 경제와 산업, 개인의 자유라는 관점에서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자유로운 인간은 부강한 나라를 만들고 풍요로운 삶이 환경을 돌본다”며 경제적 자유와 산업 발전이 환경 개선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반면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를 비롯한 주류 기후과학계는 인간 활동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이 최근 지구온난화의 주된 원인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박 교수와 린젠, 해퍼 등은 기후변화의 원인과 위험성에 대한 이러한 주류 해석과 이를 토대로 추진되는 탄소중립·에너지전환 정책에 비판적인 견해를 제기하고 있다.
이번 작센안할트주 선거는 AfD의 급격한 지지 확대와 CDU의 큰 폭의 후퇴라는 점에서 독일 정치 지형의 상당한 변화를 보여주는 결과로 평가된다.
선거 결과를 기후·에너지 정책에 대한 평가만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이민과 경제, 생활비와 에너지 가격,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러 현안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다만 기존 정치권의 정책 노선에 대한 유권자들의 변화 요구가 어느 정도까지 확산될지는 향후 독일 정치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번 선거에서 확인된 변화가 다른 유럽 국가로 이어질 경우, 지난 수년간 유럽의 핵심 의제로 추진돼 온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 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 역시 새로운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