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의 실질적인 자치권 확대와 규제 혁파를 담은 강원특별법 3차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강원도민들의 대규모 상경 집회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렸다. 강원 정계와 지역사회가 총집결해 17개월째 표류 중인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강원특별자치도 범국민추진협의회와 도내 18개 시·군 번영회 등은 이날 결의대회를 열고 도민 3,000여 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타 지역 행정통합 관련 특별법이 비교적 신속하게 논의되는 것과 달리, 강원특별법은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한 채 장기간 계류돼 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결의대회 선언에 나선 정준화 강원특별자치도 번영회연합회장은 “국회는 더 이상 강원도민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는다면 153만 도민의 강력한 저항과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김진태 지사, 여성 지역 인사 만류 후 직접 삭발.. 강원특별법 처리 촉구 의지 표명
이날 집회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장면은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의 전격적인 삭발이었다. 삭발에 나서려던 여성 지역 인사들을 본 김 지사는 단상에 올라 이를 만류한 뒤, 도지사로서 책임을 지겠다며 직접 삭발을 단행했다.
김 지사는 “다른 지역의 통합법은 일사천리로 처리되는데, 이미 17개월 전에 발의된 강원특별법은 왜 아직도 멈춰 있느냐”며 “이는 명백한 강원 홀대”라고 지적했다. 이어 “도민들이 머리를 깎게 할 수는 없다. 도지사인 내가 대신 깎겠다”며 “지금 놓친 강원의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여야 강원 의원들 “강원특별법은 정쟁 대상 아냐”
현장을 찾은 강원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단상에 올라 강원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특히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안 장기 표류의 책임을 국회와 정부에 돌리며 압박 수위를 높였고, 여당 의원 역시 법안 처리 필요성에 공감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춘천·철원·화천·양구 을)은 강원특별법을 “강원만의 요구가 아닌 대한민국 규제 개혁의 시험대”로 규정하며, 국회가 더 이상 결정을 미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유상범 의원(홍천·횡성·영월·평창)도 법안의 필요성과 당위성은 이미 충분히 설명됐다며, 이제 남은 것은 국회의 결단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철규 의원(동해·태백·삼척·정선)은 강원도가 오랜 기간 안보와 환경을 이유로 희생을 감내해 온 지역이라는 점을 짚으며, 더 이상 희생만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정하 의원(원주 갑) 역시 원주를 비롯한 강원 남부권 발전을 위해서도 이번 개정안은 필수적이라며, 당 지도부에 강원도의 절박한 현실을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양수 의원(속초·인제·고성·양양)도 현장을 찾아 “강원특별법은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여야를 떠나 153만 도민의 간절한 염원을 국회가 엄중히 받아들여 즉각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강원 출신 여당 의원들도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와 만나 강원특별법 3차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상호·송기헌 의원과 허영 의원 등은 개정안 논의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을 문제 삼으며,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조속한 법안 심사 재개와 본회의 상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도의회·기초단체장·지역 정치권도 총출동
김시성 강원특별자치도의회 의장은 “도의회는 도민의 명령을 받들어 법안 통과를 위해 모든 역량을 결집하겠다”며 국회의 즉각적인 상정과 심의를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박대암 강원특별자치도 시군의회의장협의회장, 최승준 강원특별자치도 시장군수협의회장(정선군수), 전영록 이통장협의회장 등도 참석해 강원특별법 처리 촉구에 한목소리를 냈다.
집회 참가자들은 결의대회 이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여야 원내대표실을 찾아 서명부와 건의문을 전달했다. 범국민추진협의회 관계자는 이번 상경 집회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도민들의 행동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집회 종료 이후 김진태 도지사와 강원지역 의원 등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도민 대표들은 국회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강원특별법 3차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될 때까지 농성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며, 국회의 책임 있는 결단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