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인권배움센터에서 열린 김용원 상임위원의 퇴임식은 한 공직자의 임기를 마무리하는 자리를 넘어, 국가인권위원회의 현재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는 현장이 됐다. 퇴임식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지인과 일반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노조측의 조직적인 항의가 이어지며 행사장은 시작전부터 긴장감에 휩싸였다.
노조 측은 퇴임식에 앞서 과거 김 위원의 발언을 발췌한 자극적인 문구가 적힌 피켓을 행사장 벽면에 부착하고 무리를 지어 집단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행사 시작 전부터 노조 측과 김 위원 지지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실랑이가 벌어졌고, 일부 구간에서는 서로 몸을 밀치는 물리적 충돌 상황도 발생했다. 계속 이어진 이러한 모습에 대해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공식 행사에서까지 이런 방식의 항의가 허용되는 것이냐”는 당혹스러운 반응이 나왔다.
행사가 시작된 이후에는 비교적 자제된 분위기가 유지되기도 했으나, 진행 과정에서 긴장된 장면은 중간중간 반복됐다. 노조 측은 피켓 시위에 그치지 않고 일부 고성을 지르며 샤우팅을 이어갔고, 퇴임사 발언을 제지하려 단상 쪽으로 다가가려는 시도를 보이는 등 적극적인 방해 행위를 벌였다. 이에 반발한 지지자들과의 실랑이가 간헐적으로 이어지며 현장의 긴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을 뒤늦게 인지한 김 위원의 고교 동창 등 정치·단체 활동과 무관한 평범한 지인들과 일반 시민들은 놀라움과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런 분위기인 줄은 몰랐다”, “이런 모습이 과연 인권을 말하는 기관의 모습이냐”며 혀를 차거나 고개를 젓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참석자는 “의견은 다를 수 있지만, 왜 이런 자리에서까지 갈등을 키워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를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임식은 중단되지 않았다. 김 위원을 응원하기 위해 참석한 지인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 일반시민들은 감정을 격화시키기보다 차분히 자리를 지켰고, 준비된 꽃다발 전달과 기념 촬영 등 공식 일정도 예정대로 진행됐다. 현장을 지켜본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조직적인 방해에도 불구하고 행사가 끝까지 진행된 것 자체가 의미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 위원은 퇴임사에서 지난 3년의 임기를 돌아보며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인권이 특정 관점이나 진영의 전유물이 아니라 헌법적 가치와 절차 위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다양한 시각이 공존할 수 있을 때 인권 논의 역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발언이 끝난 뒤에는 행사장 곳곳에서 조용한 박수와 격려의 인사가 이어졌다.
김 위원은 재임 기간 논란과 반발 속에서도 방어권 보장, 절차적 정당성, 표현의 자유 등 인권의 적용 범위를 둘러싼 문제 제기를 이어가며, 인권 논의의 경계를 확장하려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장에 참석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가인권위원회를 둘러싼 논란이 개인이나 특정 임기의 문제가 아니라, 오랜 시간 누적돼 온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인권위는 설립 당시부터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낼 기구임을 표방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특정 사안과 관점에 과도하게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돼 왔다”며 “겉으로는 다양성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시각이 불편한 존재로 취급되는 모순이 반복돼 왔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흐름에 쏠린 인권위가 아니라, 누구의 인권도 배제하지 않는 보편적 인권의 용광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퇴임식은 한 상임위원의 임기를 마무리하는 행사를 넘어, 국가인권위원회가 과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무거운 질문을 던졌다. 인권이 특정 흐름의 목소리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이 공존하는 가운데 성숙하게 논의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인권위가 다시 보편적 인권의 용광로로 돌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과제가 분명히 드러난 자리였다.
HEADLINE21 | 시민기자 김우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