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일본 조기 총선 결과를 두고 “총리가 소속 정당을 심연에서 구출했다”고 평가했다. 정치자금 스캔들과 연이은 선거 패배로 붕괴 위기에 몰렸던 자유민주당이 불과 몇 달 만에 사상 최대 승리를 거두며 정국을 뒤집었다는 분석이다.
NYT는 9일(현지시간) ‘일본 총리는 어떻게 소속 정당을 심연에서 구출했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해 10월 취임한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가 취임 110일 만에 자민당을 대승으로 이끌었다고 보도했다. 이번 총선에서 자민당은 기존 198석에서 316석으로 의석을 늘리며 전체 465석 중의원에서 압도적 다수를 확보했다. 자민당 71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승리라는 설명이다.
보도에 따르면 자민당은 지난해 참의원 과반을 상실하고 양원에서 고전하는 등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정치자금 스캔들로 인한 유권자 불신이 확산됐고, 당시 총리는 결국 사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등판한 다카이치 총리는 고물가와 이민 문제, 안보 현안을 전면에 내세우며 당의 노선을 선명하게 재정비했다.
그녀는 휘발유세 폐지와 식품 소비세 유예 가능성 시사 등 생활밀착형 감세 정책을 내놓는 동시에, 시민권 취득 요건 강화와 외국인 관련 제도 정비를 공약했다. 중국의 군사적·경제적 영향력 확대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분명히 했고, 지난해 11월 국회 발언에서는 중국의 대만 침공 시 일본의 대응 가능성을 언급해 파장을 낳기도 했다.
NYT는 다카이치 총리가 국가주의적 메시지와 대중적 소통 방식을 결합해 젊은 층을 흡수했다고 분석했다. 만화 구절을 인용하고 프로야구 구단과 록밴드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등 문화 코드를 활용했으며, 장문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이 수천만 회 조회를 기록하는 등 온라인 공간에서도 존재감을 키웠다는 것이다.
미국 외교협회(CFR)의 실라 스미스 선임연구원은 NYT에 “그녀가 확실히 주도권을 잡았다”며 “입법 의제를 설정하고 추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결과가 반드시 자민당 전체의 체질 개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총리 개인의 리더십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함께 소개됐다.
기사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앞으로 헌법 개정과 참의원 협력 확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군대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 개정 문제는 큰 정치적 쟁점이 될 전망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방위비 확대 요구와 대중 관계 관리 등 복합적인 외교 부담도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NYT는 이번 선거가 단순한 의석 증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짚었다. 안보와 이민, 세금, 대외 노선 등 핵심 의제에서 비교적 분명한 방향성을 제시한 지도자가 위기에 빠진 집권 세력을 재정비하고 정치 지형을 단기간에 재편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는 것이다.
일본 사례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국가 정체성과 안보 전략, 동맹 설정이 국내 정치와 직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뉴욕타임스 분석처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를 분명히 하고 미일 동맹을 중심축으로 재확인하는 동시에 중국의 군사·경제적 압박에 경계 메시지를 내왔다. 한미 동맹과 대외 전략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는 한국에도, 가치의 선명성과 동맹의 방향성이 정치 지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