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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일반

초등 체험학습 사고 2심에서 ‘유죄 취지 선고유예’.. 교사 자격은 유지

교총 “예측 어려운 사고까지 개인책임 전가 안 돼”
학교안전법 개정에도 현장 불안 지속
학부모단체, 교사 보호와 학생 안전의 균형 있는 제도 설계 필요

강원도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현장체험학습 사망사고의 항소심에서 인솔교사 A씨가 금고 6개월의 유죄 취지 선고유예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 논란이 됐던 당연퇴직 위험은 사라져 교사 자격은 유지됐지만, 재판부가 유죄 판단을 유지한 만큼 교육현장에는 여전히 큰 파장이 일고 있다. 보조교사 B씨는 1심과 동일하게 무죄가 확정됐다.

 

사고는 2022년 11월 강원 지역 초등학교의 한 체험학습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6학년 학생이 버스에서 내려 이동하던 중 후진하던 차량에 치여 숨졌고, 인솔교사들은 학생 대열 관리와 주의의무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버스 운전자의 과실이 주요 원인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학생 이동 과정에서의 안전 확보 책임을 교사에게 일부 적용해 선고유예를 결정했다.

 

판결 직후 한국교총과 강원교총은 14일 춘천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소심 결과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교총은 “보조교사 무죄는 다행이지만, 인솔교사 유죄 판단은 예측하기 어려운 돌발 사고까지 교사가 감당해야 하는 구조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장재희 강원교총 회장은 유가족에 대한 애도를 전하면서도 “선고유예는 현실을 고려한 판단일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유죄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며 “교사가 매뉴얼을 충실히 따라도 사고가 나면 개인에게 책임이 집중되는 현실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재범 교사권익위원장은 “현장에서는 외부활동 자체가 형사적 리스크로 받아들여진다”고 했고, 김문환 2030청년위원장은 “감형에도 ‘유죄’라는 두 글자가 교사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교육계에서는 사고 발생 시 교사에게 과도하게 책임이 집중되는 구조적 문제가 다시 부각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생·학부모·교사 간 기대와 요구가 다양해진 현실 속에서 이를 조정하거나 책임을 나눌 제도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교육현장에서 가치관과 교육 방향을 둘러싼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지며 교사에 대한 신뢰가 약화된 점도 책임이 개인에게 쏠리는 배경으로 지적된다. 학교와 교육청이 맡아야 할 역할과 책임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한편 학부모 입장에서는 교원 면책 제도가 자칫 과도하게 적용될 경우 학생 안전이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한 학부모단체 관계자는 “학부모가 학교나 교사와 대립각을 세우려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학교에서 안전하게 보호받고 제대로 지도받길 바라는 것”이라며 “책임을 무조건 교사에게 묻자는 것이 아니라, 학교·교육청·교사가 각자의 역할을 분명히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 보호와 학생 안전 사이에서 균형 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날 국회를 통과한 학교안전법 개정안 역시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전면적으로 해소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따른다. 개정안은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교원의 면책 범위를 확대했지만, 실제 분쟁 상황에서 어느 수준까지 실효성이 확보될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교총은 “교원이 실질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더욱 명확히 해야 한다”며 “교육활동 관련 소송에 국가책임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속초 사고 2심 판결은 단순한 법적 판단을 넘어, 학교 현장에서 안전·책임·신뢰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오래된 과제를 다시 떠올리고 있다. 교사 보호와 학생 안전이 대립 구도로 비쳐서는 안 되며, 교육 주체 간 신뢰와 역할이 재정립되지 않는 한 비슷한 논란은 반복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