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연방 정부가 추진 중인 혐오 발언 관련 법안(Bill C-9) 개정을 두고 종교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성경 등 종교 경전을 인용하는 행위조차 혐오 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와 캐나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일명 '혐오 대응법(Combating Hate Act)'으로 불리는 형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은 션 프레이저 법무장관이 주도하고 블록 퀘벡당(Bloc Québécois)이 지지하는 것으로, 반유대주의 등 혐오 범죄에 대한 대응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발의됐다.
핵심 쟁점은 현행 형법(제319조)에 명시된 '종교적 면책 조항'의 삭제 여부다. 기존 법률은 종교 경전에 근거해 '선의(good faith)'로 의견을 표현하거나 논증을 시도한 경우, 이를 혐오 발언으로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이 보호 장치를 전면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캐나다 가톨릭 주교회의(CCCB)는 마크 카니 총리에게 공식 서한을 보내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주교회의는 서한에서 "선의의 방어 조항은 악의 없이 진리를 추구하며 오랜 종교 전통에 근거해 신념을 표현해 온 국민들이 형사 기소를 당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필수적인 안전장치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조항을 삭제하려는 제안은 기독교인을 포함한 모든 종교인에게 중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법 조항의 문구 삭제를 넘어, 사법 절차의 변경이 가져올 실질적인 위협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높다. '복음연합 캐나다(The Gospel Coalition Canada)'에 칼럼을 기고한 폴 카터 목사는 법안의 가장 치명적인 독소조항은 '검찰총장(Attorney General)의 기소 승인 요건 폐지'에 있다고 분석했다.
카터 목사는 "현행법상 혐오 범죄 기소는 주(州) 검찰총장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여 무분별한 법적 조치를 걸러내는 장치가 있었다"며 "C-9 법안은 이 요건을 폐지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안전장치가 사라지면 유죄 판결 가능성이 희박한 사안에 대해서도 지역 경찰이 시민을 상대로 직접 조치를 취할 길이 열린다"며 "특히 개인이 직접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게 되면서, 목회자와 교회가 실제 처벌 여부와 무관하게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모되는 법적 분쟁에 휘말릴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현지 정가에서는 집권 자유당이 소수 정부의 한계를 극복하고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종교적 예외 조항 삭제를 강력히 요구해 온 블록 퀘벡당과 정치적 타협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움직임은 유럽 등 서구 사회 전반에서 일고 있는 '표현의 자유' 논쟁과 맞물려 기독교계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핀란드의 파이비 라사넨 의원은 동성애 문제와 관련해 성경 로마서 구절을 인용한 트윗을 올렸다는 이유로 혐오 발언 혐의로 기소되어 지난 7년간 지난한 법적 다툼을 이어오고 있다. 캐나다 종교계는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캐나다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빈번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