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 주에서 미국 워싱턴주로 넘어가는 국경은 여전히 열려 있다. 도로는 그대로고, 검문소도 정상 운영된다. 그러나 한때 일상처럼 오가던 사람들의 발걸음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캐나다 공영방송 CBC는 최근 보도를 통해, BC 주민들의 워싱턴주 방문이 지난 1년 사이 약 30% 이상 감소했으며 이 여파가 미국 측 국경 소도시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캐나다 국경과 맞닿은 워싱턴주 블레인(Blaine) 같은 도시는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블레인은 오랫동안 ‘국경 도시’로 기능 해왔다. 캐나다 주민들이 주말마다 주유를 하거나 쇼핑을 하고, 소포를 수령하기 위해 찾던 곳이다. 하지만 최근 현지 상점가와 주유소는 예전만큼 붐비지 않는다. CBC는 현지 상인들과 시 당국이 방문객 감소를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눈에 띄는 점은 국경 통과 절차 자체가 크게 강화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여권을 제시하고 질문에 답하는 기본적인 절차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전보다 국경을 넘는 데 신중해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캐나다 달러 약세로 인해 미국 내 소비 매력이 낮아졌고, 캐나다 내 유류 가격이 미국보다 저렴해지면서 국경을 넘어갈 실익도 줄어들었다. 여기에 더해 미·캐나다 관계를 둘러싼 정치적 긴장과 미국 사회 전반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 역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BC 인터뷰에 응한 일부 캐나다 주민들은 “위험해서라기보다는,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다녀오기엔 부담이 생겼다”고 말한다. 명확한 사건 하나가 계기가 된 것이 아니라, 국경을 대하는 분위기와 감정이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캐나다 이민자 사회에서도 감지된다. 과거에는 취업비자나 워크퍼밋, 학생비자와 같은 체류 자격을 보다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미국 국경을 잠시 넘었다가 다시 입국하는 이른바 ‘플래그폴(flagpoling)’ 방식이 활용되기도 했다. 이는 캐나다 입국 시 국경에서 체류 자격을 재발급받거나 변경하려는 목적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최근 캐나다 정부는 해당 방식에 대해 공식적으로 종료 방침을 밝히며, 워크퍼밋과 스터디퍼밋 등의 국경 발급을 원칙적으로 중단했다. 미국 측의 문제 제기와 국경 관리 부담이 겹치면서, 플래그폴은 더 이상 허용되거나 권장되는 방식이 아니다. 이로 인해 국경은 행정적으로도 ‘편리한 우회로’가 아닌, 신중히 접근해야 할 공간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단순한 관광 감소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국경은 물리적으로 존재하지만, 심리적으로는 점점 두꺼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분쟁이나 통과 거부 사례가 급증하지 않더라도, 사회적 분위기와 인식 변화만으로 이동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접경 지역 사회는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든 빈자리를 조용히 감당하고 있으며, 사람들은 예전처럼 국경을 생활의 연장선으로 여기지 않게 되었다. 경제적 실익과 행정적 편의가 사라진 자리에 들어선 물리적·심리적 거리감은 당분간 북미 접경지대의 새로운 풍경으로 남을 전망이다.
HEADLINE21 Canada Bureau | mia
출처: CBC NEWS
https://www.cbc.ca/news/canada/british-columbia/bc-washington-state-border-crossings-2025-blaine-9.7040836











